인터뷰4

인터뷰어 : 오늘은 의식과 무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의식은 무엇이고 무의식은 무엇인가요?

엔지니어 : 사실 의식과 무의식은 설명도 어렵지만, 저를 포함해서 그 누구도 명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 중의 하나에요. 저는 의식과 무의식을 만들었지만, 그 안쪽에서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경험해 본 것이 없죠. 반대로 인간은 의식과 무의식의 배후에 어떤 메커니즘이 있는지 모르죠. 그래서 의식과 무의식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인간의 경험과 저의 이론을 바탕으로 조각을 맞추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이번 인터뷰는 저도 기대가 커요.

인터뷰어 : 그렇군요. 만들었지만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말씀이군요.

엔지니어 : 옙. 그럼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할까요?

인터뷰어 : 호흡은 어떤가요?

엔지니어 : 호흡이요?

인터뷰어 : 예, 의식하지 않을 때도 숨을 쉬고 있잖아요? 그러다 의식하면 숨을 제어할 수 있죠. 저는 이게 참 신기합니다.

엔지니어 : 아 그거요. 숨 참아 보셨죠? 얼마나 참을 수 있어요?

인터뷰어 : 1분 정도요?

엔지니어 : 1분 후에는 어떻게 되나요?

인터뷰어 : 엄청 고통스럽죠. 끝까지는 안 가봤어요.

엔지니어 : 안 가는 게 아니고 못 가는 거죠. ㅎㅎ 일종의 시큐리티 개념인데요. 인간은 의지만으로는 죽을 수 없게 설계되어 있어요. 이건 원래 무호흡증 때문에 도입한 건데, 수면중에 무호흡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것도 바로 이 것 때문이에요.

인터뷰어 : 똥도 그래요.

엔지니어 : 똥?

인터뷰어 : 제가 가만 계산해보니까 일 년에 50번 이상은 부모님이 계신 청주에 가거든요. 그런데 저는 과민성 대장염이 있어요. 해서 버스가 참 부담스러운데요. 신기하게도 지난 10년간 한번도 낭패가 없었어요. 오히려 소변 때문에 버스를 세운 적은 있었죠. 그런데 묘한 게 소변은 오줌의 양을 가늠할 수 있고, 뭔가 명확하게 제어하는 맛이 있는데 대변은 도대체 네고(협상)포인트가 없어요.

엔지니어 : 없죠. ㅎㅎ

인터뷰어 : 그래서 자꾸 의심하게 되는 게 똥은 사회적 컨텍스트를 이해하고 있다. 누군가 이 안에 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의식의 지휘를 받지 않는 똥이 외부의 환경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은 패턴으로 마려운 건 이상하지 않나요? 자 이제 이유를 말씀해주시죠.

엔지니어 : 가상화 기술 들어보셨나요?

인터뷰어 : 아니요.

엔지니어 : 가상화 기술을 이용하면 리눅스 안에 윈도우를 설치할 수 있고, 윈도우 안에 리눅스를 설치할 수 있어요. 이 사진(http://egoing.net/attach/1/1211442540.jpg) 을 보면 맥OS 안에 윈도우가 실행되고 있죠? 저 안의 윈도우는 자기가 맥OS에서 실행되고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해요. 알면 충격받겠죠. 가상화 기술은 소프트웨어적으로 하드웨어를 만들고 그 안에 운영체제를 설치해요. 그 속에서 돌아가는 운영체제는 자기가 하드웨어에 설치된 줄 알죠. 아무튼,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는 가상화 기술로 설명하는 게 제일 편할 것 같군요.

우선 육체를 만듭니다. 그 위에 당신들 표현으로 무의식이라고 하는 소프트웨어를 인스톨 합니다. 그리고 호르몬이나 신경 같은 것으로 이것들을 연결하면 심장이 뛰고, 숨을 쉬죠. 문제는 심장과 호흡만으로는 생명이 유지가 안 된다는 건데요. 섭취해야 자기가 살고, 생식해야 종이 살죠. 그러면서도 지극히 복잡한 신체의 대사를 유지하려니 알고리즘이 너무 복잡해지더군요. 저는 복잡한 거 질색이거든요.

그래서 두 개의 의식을 만들었어요. 하나는 외부의 세계를 담당하는 의식이고, 다른 하나는 몸을 담당하는 무의식이에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죠. 몸이라는 게 당신들의 하드웨어와 비슷해서 하나의 의식만 사용이 가능한 거죠.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무의식 위에 가상의 육체를 만들고 그 위에 다시 의식을 설치했어요. 그래서 의식은 자기가 육체를 직접적으로 제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어떠한 지령도 무의식을 통하지 않고는 몸으로 하달되지 않죠. 무의식은 의식으로부터 내려지는 모든 명령을 감시하고 있다가 이건 아니다 싶으면 개입해요.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 어려운 이유죠. 무의식의 협조 없이 나는 변하지 않아요.

인터뷰어 : 호흡과 배설도 그런 식으로 제어하는군요.

엔지니어 : 예, 이를테면 의식이 호흡의 제어를 시도하면 재빠르게 권한을 이양하죠. 위험한 상태가 되면 고통을 의식에게 송출해요. 그냥 뺏어오면 되지만 그렇게 되면 의지가 자유의지를 의심하게 되거든요. 똥은 소변과 다르게 내장기관의 사정에 따라서 출입을 제어해야 하는거라 의식에게는 권한을 주지 않았어요. 무의식이 안팎의 사정을 고려해서 집행합니다.

인터뷰어 : 그렇군요. 그럼 의식이란 무엇인가요?

인터뷰어 : 의식이건 무의식이건 신체건 퉁 쳐서 모두 김형이지만, 저에게 '의식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건 정확하게는 무의식을 제외한 의식이죠. 아무튼, 의식은 지각을 담당해요. 오감을 통해서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이에 따라 생각하는 것은 의식의 영역이에요. 또 의식은 무의식에게 외부의 자극을 전달합니다. 일전에 인터뷰에서 잠에 대해서 이야기했었죠?

인터뷰어 : 예, 잠이 메모리 누수를 방지하기 위한 주기적인 시스템 리부팅이라고 하셨죠.

엔지니어 : 그 때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 무의식인데요. 무의식은 메모리 누수가 없어요. 그래서 잠들어 있는 동안은 무의식이 의식의 역활을 대행해요. 외부의 자극을 모니터링하는거죠. 이때 의식의 영역에서 무의식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그때 생각의 재료로 사용되는 게 의식이 활동하는 동안 전달했던 온 갖 이미지들이에요. 그래서 무의식이 꾼 꿈이 의식의 입장에서는 뒤죽박죽인게죠. 물리의 지배를 받지 않는 또 다른 자아의 생각이니까. 아무튼, 그 흔적이 의식에 전달되는 것 같더군요.

인터뷰어 : 무언가 확신이 안 느껴지는 어조인데요?

인터뷰어 : 꿈은 제가 의도한 게 아니에요. 격리가 완벽하지 않아서 생긴 거죠. 패치를 할까도 생각했었는데 재미있어 보여서 놔뒀죠. 낭만적이잖아요. 이야기가 꿈으로 빠졌는데, 아무튼 중요한 건 무의식 위에 만든 가상의 육체 위에 의식이 존재한다는 거죠.

+ 패치 : 업그레이드를 의미

인터뷰어 : 흥미롭군요. 그런데, 잠도 그렇고 꿈도 그렇고 우연의 산물이 많네요.

엔지니어 : 머 그런 거죠;; 인간들이 이야기 하는 '감성'도 사실 제가 의도한게 아니에요. 저는 이성을 구현했지만, 감성은 마치 깃드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소위 감성이라는 게 의식과 무의식을 점령하기 시작하더니 이성조차도 감성의 지배를 받더군요. 즉 이성의 시작점이 되는 전제를 감성이 점령 한거죠. 말이 길어지니까 이 이야기는 다른 기회에 하시죠.

인터뷰어 :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다음 시간에는 이 주제를 이어서 무의식과 의식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궁금한게 있는 분은 여기에 댓글로 남겨주시고요.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