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

인터뷰어 : 최근에는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합니다.

엔지니어 : 사실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지 않은 적이 없었죠. 문제는 활발하기만 하다는 거 아닌가요? ㅎㅎ

인터뷰어 : 인간을 만든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인간이 만들고 있는 인공지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엔지니어 :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조금 있다가 이야기하고요. 과학기술만을 놓고 본다면 인간의 성취는 놀랍습니다. 예를들어 구글의 검색엔진은 수십억건의 데이터에서 0.01초만에 검색결과를 조회하더군요. 이거 어떻게 한 거예요?

인터뷰어 : ...;;;

엔지니어 :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놀랍습니다. 빠르고 정확하고 오류가 없죠. 저는 인간을 만들었지만, 인간은 제가 못하는 것들을 해내곤 합니다. 그런데 당신들이 기계를 통해서 성취한 정확성은 지능을 만드는 데는 장벽이 될 것 같습니다.

인터뷰어 : 그런가요?

엔지니어 : 최소한 제가 인간을 만들기 위해서 수립한 기술사상에 비추어 본다면 그렇습니다. 인간의 소통은 불분명합니다. 사고는 착오하고, 기억은 잊어먹죠. 그리고 당신들은 이런 것들을 퇴행이라고 낙인 했습니다. 그렇죠?

인터뷰어 : 예. 이런 것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기계를 만들었죠

엔지니어 : 퇴행을 극복한다는 점에서는 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그랬던 것처럼 당신들을 닮은 존재를 만들려고 한다면 지금의 과학기술이 내면화한 욕망을 포기해야 합니다.

인터뷰어 : 어떤 욕망이죠?

엔지니어 : 정확, 완벽과 같은 것에 대한 욕망 말입니다. 이를테면 시스템은 입력과 출력의 산물입니다. 제가 만든 당신들도 그렇고, 당신들이 만든 기계도 그렇습니다. 입력이 있고 출력이 있지요. 그런데 인간은 기계와 다르게 입력과 출력이 다릅니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퇴행입니다. 망각, 오해. 왜곡, 심지어 죽음과 같은 퇴행 덕분에 당신들은 언제나 다른 출력값을 갖습니다. 반대로 기계는 정확한 프로토콜로 통신하고, 동일한 알고리즘에 의해서 실행되기 때문에 입력과 출력이 언제나 같고 예측 가능합니다. 퇴행이야말로 창의의 코어입니다. 인공지능을 원한다면 퇴행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야 할 겁니다.

인터뷰어 : 놀랍군요. 저는 이러한 퇴행이 당신의 한계였다고 생각했는데요.

엔지니어 : 하하. 의도하지 않은 측면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잖아요. 그런데 한가지 조언하면 퇴행에 대한 연구는 주의 깊게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머 좀 진부한 이야기입니다만, SF에서처럼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인터뷰어 : 기계들의 반란을 말씀하시는건가요?

엔지니어 : 그런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압도적인 힘의 침공보다 무서운 것은 노동의 소외입니다. 자 어떤 프로그래머가 있었습니다. 그는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래서 자기 일을 대신할 만능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발표한 후에 어떻게 됐을까요?

인터뷰어 : 승진했겠죠?

엔지니어 : 해고됐습니다.

인터뷰어 : 그가 해야 할 일이 없어졌기 때문이군요.

엔지니어 : 네. 제가 여기 오면서 보니까 톨게이트에 하이패스라는게 있더군요. 지나갈 때마다 '하이패스는 빠르고 편리합니다'를 앵무새처럼 반복하더군요. 이거 참 디스토피아적인 센스 아닙니까? 암튼 하이패스 참 편리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 공간은 누군가의 편리가 누군가의 생존과 치환되는 곳이라는걸 생각해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이게 톨게이트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들이 경험하고 있는 저출산도 그 배후에는 테크놀로지가 있습니다.

인터뷰어 :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엔지니어 : 글쎄요. 테크놀로지는 마약과 같은 것입니다. 이를테면 2011년 3월 11일에 일본에 엄청난 지진이 있었죠? 그 여파로 후쿠시마 원전이 파괴 됐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자고요. 그 사건 이후에 일본에서 원전이 사라졌나요? 아니죠? 원전이 터지는 것은 분명한 재앙입니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전기가 없어지는 것은 그보다 위험한 재앙입니다. 원전을 기반으로 수립된 문명은 원전을 떠날 수 없어요. 많은 일들이 일단 선택이 끝나면 운명이 되죠. 러다이트 아시나요?

인터뷰어 : 18세기에 일어난 반기계 운동이죠. 실업에 위협을 느낀 노동자들이 기계들을 파괴 했었죠.

엔지니어 : 인간은 두개의 테크놀로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몸과 마음입니다. 러다이트 운동의 대상은 몸이었죠. 이제 이 세계에서 인간의 신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고작해야 마음을 기계에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축소 되었죠. 덕분에 인간과 기계는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죠. 기계는 정확성을, 인간은 불확정성을 상호제공하고 있죠. 그런데 당신들이 퇴행을 적용한 모종의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면 이 균형은 깨지겠죠.

그래서 일반적인 창조자들은 피조물들과 한방을 쓰지 않죠. 저 같은 경우도 인터뷰 때문에 여기 와 있지만 인간이 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아마 없을 겁니다. 반란은 이런 정책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죠. 인공지능이 존재할 세계를 만들고 격리하면 됩니다.

인터뷰어 : 좀 무서운 이야기군요. 혹시 매트릭스 보셨습니까?

엔지니어 : 예 봤습니다. 저도 종종 그런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 나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인터뷰어 : 허허;;

엔지니어 : 그런데 저라면 메트릭스를 그렇게 설계하지 않아요.

인터뷰어 : 어떻게요?

엔지니어 : 매트릭스와 시온을 상호 터널링하는거죠. 즉 매트릭스에서 빠져나오면 시온이고, 시온에서 빠져나오면 다시 매트릭스가 나오는거죠. 결국 진실을 원하는 자에게는 끊임없이 거짓을, 거짓을 원하는 자에게는 진실을 주면, 진실은 영원히 은폐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