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2

인터뷰어 : 좀 민감한 이야기입니다. 당신이 질병과 같은 불행을 통해서 인간을 제어한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엔지니어 : 그럴 리가요. 저는 기본적으로 너무 바쁩니다. 한가하게 당신들 한명 한명을 모니터링할 짬이 없습니다. 행여 그러고 싶어도 수단이 없습니다. 제가 인간에게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세대 단위로 고립되어 있습니다.

인터뷰어 : 그게 무슨 말인가요?

엔지니어 : 저는 업데이트를 통해서 인간사에 관여합니다. 설계를 변경하고, 변경된 설계를 반영하죠. 그런데 변경된 설계는 다음 세대부터 적용됩니다. 이미 만들어진 인스턴스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또 거기에 개입해서 무슨 덕을 보겠습니까? 저는 단지 만드는 것이 좋아서 당신들을 만들었고, 유지보수가 싫어서 이런 문제가 계속되고 있을 뿐입니다. 저에게도 윤리가 있습니다.

인터뷰어 : 업데이트는 주로 어떤 내용인가요?

엔지니어 : 면역에 대한 것이 많죠. 그 외에 시대상을 반영해서 어떤 기능은 빼고, 다른 기능은 추가하기도 합니다. 당신들은 진화라고 부르죠.

인터뷰어 : 업데이트 주기는 어떻게 되나요?

엔지니어 : 처음에는 자주 했는데 요즘은 자주 못합니다. 바빠서 그렇기도 합니다만, 업데이트를 할수록 딜레마가 생깁니다.

인터뷰어 : 이를 테면요?

엔지니어 : 예를 들어 당신들은 비만을 질병으로 취급하지요? 그런데 그게 그렇지가 않아요. 당신들이 말하는 살이란 영양을 보관하는 창고와 같은 것입니다. 영양을 저장하죠. 자연은 혹독합니다. 기후는 변덕스럽고, 천적은 사납고, 먹이는 날렵하죠. 그러다 예상 못했던 일이 일어났는데 문명이 나타난 것입니다. 문명으로 인해서 당신들은 결핍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과잉이 지배하는 사회로 옮겨갑니다. 이건 아주 중요한 변화입니다. 손대면 먹을 게 있는데 몸 안에 영양을 저장할 필요가 없죠. 순환하지 않는 영양이 다양한 트러블을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어 : 그래서 어떻게 했죠?

엔지니어 : 저장 기능을 다운 그레이드한 마른 몸을 만들었습니다. 쉽지 않았어요. 인간의 바디는 기본적으로 동물의 바디를 상속합니다. 다시 말해서 모든 동물들은 기본적으로 이 설계를 공유한다는 말입니다. 거기에 인간을 위한 설계가 추가됩니다. 그런데 영양을 저장하는 기능은 동물의 설계에 속합니다. 이 설계에 인간만을 위한 부분이 들어가면서 설계가 좀 엉망스러워졌어요.

어쨌든 마른 몸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전면적으로 도입할 수는 없었어요. 기본적으로 마른 몸은 자연상태에서 생존능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당신들의 문명이라는 것이 영원하리라는 보장도 없고, 또 문명사회 안에서도 굶주린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고심 끝에 에라이 모르겠다며 램덤하게 적용했습니다. 저로서는 최선이었어요.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혹시 구충제 드십니까?

인터뷰어 : 아예

엔지니어 : 그게 말이죠. 당신들이 기생충이라고 퉁쳐서 박멸한 것들 중에는 제가 만든 것들도 있었어요. 데이터 분석을 해보시면 기생충의 박멸과 성인병 사이에 상관관계를 찾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 중에는 몸에 해로운 것들도 있습니다만, 해로운 것들 조차도 해롭기만 한 것은 없습니다. 트레이드 오프의 문제라는 것이죠. 생각해보세요. 몸속에 있는 것들을 꺼내서 보여준 다음에 그것들의 해악만 강조합니다. 그렇게 흉직한 것들이 몸속을 돌아다니면서 양아치 짓을 한다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어디 있어요? 제약회사의 이익과 의학의 무지와 미디어의 선정성이 만나서 가공할 학살이 시작됐죠. 위생 좋죠. 그런데 그것에 도달하는 방법이 좀 이상합니다. 댁들이 기생충으로 지목한 것들은 정말 오랫동안 함께한 이웃이에요. 그게 최선입니까? 확실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