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잠

인터뷰어 : 그렇다면 잠은 왜 자는건가요?

엔지니어 : 그게 말이죠. 당시 기술로 육체는 100년 이상 지속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마음이예요. 당신들은 정신이라고도 부르죠? 일종의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 정신은 매우 복잡한 알고리즘에 의해서 유지되는데 이 시스템을 일주일 이상 유지하면 문제가 생기더군요.

인터뷰어 : 어떤 문제였나요?

엔지니어 : 기억이 확실치는 않은데, 알 수 없는 이유로 메모리 누수가 일어났던 것 같아요. 인간의 바디 자체는 별로 특별할 것이 없거나 좀 대충만든 감이 있었죠. 하지만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정말 심혈을 기울였어요. 덕분에 복잡도가 증가했고, 이 복잡도를 당시에는 감당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일주일 정도 풀로 돌리면 의식이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해서 결국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더군요.

인터뷰어 : 그래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엔지니어 : 다운타임을 두었죠. 24시간 안에 필요한 일들을 정리하고 시스템이 리부팅되도록 했어요. 그랬더니 메모리 누수는 사라졌죠. 저라고 모든 원인을 파악하고 있는건 아니예요. 원인을 모르면 결과를 조지는 수 밖에요. ㅎㅎ

인터뷰어 : 리부팅 하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했나요?

엔지니어 : 암시적으로 리부팅을 하려고 하니까 어쩔 수 없더군요. 리부팅에 소요되는 시간이 한시간정도 인데요. 당신들의 시스템처럼 처리하면 리붓하는 동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집니다. 치명적인 결함이었죠. 즉 외부의 자극에 반응해서 빠른 속도로 시스템이 복귀할 수 있도록 하려니까 긴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근데 요즘에는 이런 방식을 잘 사용하지 않아요.

인터뷰어 : 왜 그런가요?

엔지니어 : 생명의 연속성에 대한 의문이 들었거든요. 물론 이것은 논란이 많은 사안입니다. 리스타트 한 시스템이 과연 연속성 있는 시스템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거든요. 컨텍스트의 연속성이 깨진 시스템을 동일개체로 볼 수 있는가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물론 당신들은 오늘의 내가 어제에서 왔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죠. 육체도 그대로고 기억도 존재하니까. 하지만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좀 다른 생각이 들었어요. 머 복잡하고 불편한 이야기니까 여기까지 해두죠.

인터뷰어 : 어떤 점에서 우리는 매일 죽는군요.

엔지니어 : 괜한 이야기를 했군요.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논란의 여지가 많은 사안입니다.

인터뷰어 : 그럼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