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와 컨테이너

그런데 정말 이 시대가 콘텐츠의 시대일까? 오늘날의 주도적 현상 중의 하나는 아날로그로 되어있던 콘텐츠를 디지털화하는 것이다. 디지털화을 다른 말로 풀어보면 콘텐츠를 둘러싸고 있던 컨테이너를 제거하는 것이다. 컨테이너가 없어진 콘텐츠는 복제가 가능해진다. 그 결과 대표적인 대중문화인 영화와 음악 산업은 침체 되었고, 이 산업의 종사자들은 소송을 수익모델로 하거나, 굿다운로더와 같은 캠페인을 통해서 윤리관의 리모델링을 시도한다. 지불없는 복제를 막기 위해서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컨테이너다. 지금까지 컨테이너는 콘텐츠의 원가를 높이고, 공간만 차지하는 필요악으로 인식되어 왔었다. 그런데 막상 컨테이너를 제거하니 지금까지 사람들은 콘텐츠의 비용을 지불한 것이 아니라, 컨테이너에 지불해 왔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콘텐츠지만 구입을 결정하는 것은 컨테이너다. 이걸 가장 잘 인식하고 있는 산업이 내용보다 컨테이너가 더 비싼 화장품 산업이고, 컴퓨터 산업은 사실 다운로드 버튼만 누르면 짠하고 콘텐츠가 나타나는 마법의 컨테이너를 만들어 파는 산업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시대는 '콘텐츠의 시대'라기보다 '컨테이너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