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과학

과학과 종교는 둘 다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인식의 틀이라는 점에서 사촌지간이다. 이를테면 신앙인들의 기대를 져버리는 불운에 대해서 종교는 '신의 뜻'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과학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 과학은 '자연의 섭리'라고 한다. 지금의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더라도 과학은 언젠가 이 신비를 풀어낼 것이고, 설령 그러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인간의 한계일 뿐 과학의 오류는 아니라고 한다. 이러한 입장엔 종교가 그랬던 것처럼 윤리가 개입한다. 종교처럼 소위 비과학적인 것들은 모두 혐오의 대상이 되고, '사기'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것은 과거 종교가 과학자들을 박해했던 것과 닮아있지 않은가? 과학과 종교가 인식의 도구라는 것에 동의 한다면 그 심장은 시시콜콜한 방법론이 아니라 모든 것을 일단 의심해보는 회의주의다. 예수나 석가는 삶과 죽음의 모순을 스스로 고민한 위대한 회의주의자였다. 마찬가지로 '창조'를 '창조론'으로 만들어버린 다윈 역시 위대한 회의주의자였다. 회의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과학이건 종교건 고인물의 썩은 냄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