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연휴를 우습게 봤다. 커피를 들고 버스에 탄 것이 화근이었다. 버스는 강남터미널에서 서울톨게이트까지 2시간이 걸렸다. 방광이 말을 걸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 기다려 달라'며 안절부절못했고, 방광은 '커피는 지가 마시고 고생은 내가 한다'며 난동을 부렸다. 실랑이는 4시간 동안 지속 되었다. 초조해진 나는 모든 가능성을 상정하고 그에 따른 시나리오들을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다행인 것이 방광과 대화하고 있던 것이 나만은 아니었나보다. 급해진 승객들은 휴게소 찾아내라며 기사를 압박하기 시작했고, 일방적인 고성이 운전석을 향했다. 민란이라도 일어날 기세였다. 친절한 기사님은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안간힘을 썻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누군가 노상에라도 차를 대라며 소리를 질렀고, 버스는 부랴부랴 갓길에 멈춰섰다. 남자들은 일제히 뛰쳐 나왔고, 그 중에는 여성도 있었으니 상황이 얼마나 급박했는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천국은 지옥을 통해 정의되는 법이다. 마음이 부자가 된 나는 겸언쩍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방광에게 말을 걸어 봤지만 방광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 방광이 말을 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