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사로잡은 ‘1조원짜리 매력’

한 번 상상해볼까. 4월6일, 카카오는 920억원을 투자받으며 기업가치를 52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4일이 지난 4월10일, NHN이 1조4천억원에 카카오를 인수한다는 소식을 발표한다면? NHN은 라인 앱이 2500만회 이상 내려받기가 발생했지만, 정작 본사가 있는 국내에서는 카카오톡에 못 미치는 게 답답했을 게다. 게다가 카카오가 PC웹의 네이버와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며 정보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고 하니 눈엣가시나 다름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카카오를 인수하기로 했다. 자, 이런 일이 정말로 일어날 수 있을까?


이 이야기를 들려준 까닭은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배경을 짚어보기 위해서다. 페이스북은 모바일 기반 사진공유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을 1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4월9일 밝혔다. 지금껏 페이스북이 1억달러 미만의 한입거리(?) 인수만 진행한 것과 비교하면, 인스타그램 인수는 매우 큰 건이다. 게다가 마크 주커버그가 직접 인수 사실을 밝힌 것도 흥미롭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은 방자와 이몽룡처럼 견줄 대상이 아니다. 이제 3천만 이용자를 확보한 인스타그램과 8억4500만명이 쓰는 페이스북은 이용자 규모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고작 13명이 운영하는 2년차 서비스이지만, 인스타그램이 아이폰 이용자 사이에 그리고 IT 전문 매체에서 주목받는 서비스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게다가 안드로이드 이용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아이폰 앱만으로 3천만 이용자를 끌어들인 점은 인스타그램의 저력을 입증하는 데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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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을 방문한 인스타그램팀


그렇지만 여전히 인스타그램이 10억달러 가치가 있는 회사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10억달러이면 어느 정도 규모인지 가늠조차 안 된다. AOL이 마이크로소프트에 특허 800개를 팔며 받는 금액이 10억달러다. 구글은 유튜브를 인수하며 16억5천만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억달러는 우리돈으로 1조1300억원이 조금 넘는데 현재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시가총액이 약 1조5222억원이다.


인스타그램은 저력이 있으니 10억달러 가치가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왜 인수한 것일까. 마크 주커버그는 직접 ‘사진공유 기능 때문’이라고 자기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밝혔다.


마크 주커버그는 페이스북에서 사진공유는 중요한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이 점은 국내 상황을 둘러봐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설명이다. 싸이월드가 인기를 끄는 데에는 사진첩 기능도 한몫했다.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이용자가 싸이월드 계정을 여전히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 그 곳에 내가 올린 사진과 친구들이 공유한 사진이 머물러 있다는 점이 발길을 붙잡기 때문이다. 페이스북도 이와 비슷한 전략을 취하는 모양새다. 사진 서비스를 꾸준히 개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사진을 팝업창 형태로 볼 때 광고도 띄우기 시작했다. 이용자가 사진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길고 집중도가 높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다.


그런 면에서 인스타그램은 사람들이 사진을 공유할 때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파악했다. 오래된 사진처럼 보이게 하거나 대충 찍어도 그럴듯하게 보이는 필터 기능을 내놨다. 정직한 사진 대신에 눈이 즐거운 사진을 원한다는 것을 알아챘던 셈이다. 게다가 모든 서비스는 무료다. 여기에 트위터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용자끼리 관계를 맺게 했고, 2011년 2월 API를 개방해 생태계 구축도 본격화했다. 인스타그램 API를 활용한 서비스로는 사진을 보기 좋게 하거나 출력을 돕는 플립보드, 모멘토, 인스타프린트, 그램프레임, 인스타갤러리 등이 있다.


인스타그램은 서비스를 넘어 문화를 만들었다. 페이스북 생태계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움직임은 시작됐다. 그런 점에서 페이스북은 일개 사진공유 서비스가 아니라 눈요기로 소통하는 모바일 문화에, 거기서 자라난 끈끈한 생태계에 제값을 매겼다.


모바일 기반으로 사람들을 매혹하는 서비스를 만들었으니, 페이스북이 모바일 DNA를 품기 위해 인스타그램을 인수하는 게 특이한 사건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인수 발표를 한 시점이 미묘하다.


인스타그램은 5천만달러를 투자받으며 기업가치를 5억달러로 평가받았다고 4월5일(현지시각) 알려졌다. 미국으로 치면 목요일 밤이었다. 그리고 4월9일, 현지시각으로 월요일 마크 주커버그와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CEO는 각자 인수 사실을 밝혔다. 인수 금액에 대해서는 페이스북이 공식적으로 대략 10억달러이며, 현금과 페이스북 주식을 혼용한다고 발표했다. 인수 절차는 6월께나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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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5일 만에 인스타그램 가치는 2배로 껑충 뛰었다. 투자 유치 소식이 전해지고 며칠 안 돼 마크 주커버그가 서둘러 인수 결정을 내린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포춘의 가설이 가장 흥미롭다. 통상 투자를 유치할 때 창업자의 지분은 희석되기 마련이라, 케빈 시스트롬은 팔 회사를 두고 굳이 투자 유치를 진행할 필요는 없었다. 케빈 시스트롬의 인스타그램 지분은 40%, 마이크 크레이저 공동창업자는 10%로 알려졌다.


인스타그램의 최근 행보는 업계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인스타그램은 안드로이드 앱을 4월3일 처음으로 내놨는데 12시간만에 100만회 내려받기를 기록했다. 마치 이용자들은 인스타그램이 안드로이드에 들어오기를 목 빼고 기다린 것 같은 현상이었다. 직원 13명으로 작은 회사가 안드로이드 앱 하나 내놓은 것 치고는 반응이 꽤나 열렬했다. 그리고 며칠 뒤 인스타그램의 투자 유치 소식이 나왔다.


인스타그램에 5천만달러를 투자한 곳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세콰이어캐피탈그레이록파트너스였다. 벤치마크캐피탈과 트라이브캐피탈, 앤드레센 호로위츠, 아담 댄젤로, 잭 도시 등도 인스타그램에 투자했다. 모두 SNS에서 페이스북의 경쟁 서비스라 할 수 있는 패스, 트위터, 쿼라, 핀터레스트, 포스퀘어 등에 투자한 곳들이다.


페이스북으로서는 인스타그램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게 미래의 도전자를 바라보는 심정이었을 터이다. 그래서 인수 결정을 서둘러 내렸다는 게 포춘의 생각이다. 물론 투자 유치 과정에서 케빈 시스트롬의 지분은 줄어들었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손해보지 않았다고 포춘은 분석했다.


인스타그램팀은 이미 페이스북 탐방을 시작했다. 키잔 페이스북 제품 디자이너는 4월9일 캘리포니아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에 방문한 인스타그램팀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공유했다. 앞으로 인스타그램 팀은 페이스북과는 별도로 지금의 서비스를 유지˙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