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의 초라한 귀환, 설 곳이 없다 (원작: 탁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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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으로도 최고라는 의미하게 된 원더걸스가 돌아왔다. 2DT(2 Different Tears)는 뜨거운 대중의 관심과 그리움을 반영하듯이 공개와 더불어 각종 음원 싸이트를 휩쓸며 소위 올킬을 달성했다. 이쯤 되면 원더걸스의 귀환은 예전 명성에 조금의 흔들림 없음을 증명한 듯 하지만 어쩐지 그렇다고 수긍하기 저어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재 중에도 수시로 소녀시대와 비교할 정도였던 원더걸스의 파워는 사라진 듯 싶다.

원더걸스는 음원 공개와 함께 다비치의 차트 장악을 순식간에 막아 세우기는 했지만 다른 측면에서의 뒷심에 대한 우려가 크다. 가장 큰 것이 팬덤의 와해이다. 음원은 팬덤이 좌우할 수 없는 대중의 선택이라는 것을 이번 슈퍼주니어 미인아를 통해서 여실히 증명했다. 반명 팬덤의 존재와 파워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 음반판매이다. 원더걸스의 2DT는 대단히 부진한 판매를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원더걸스에 대한 호감은 여전하지만 열혈팬의 숫자는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걱정 반 기대 반이었던 원더걸스의 다소 냉랭한 귀환은 소속사인 JYPe에 대한 전반적인 비호감 조류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겠지만 무엇보다 오랫만에 한국 대중에게 내놓은 선물꾸러미가 기대에 못미치게 초라하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듯 하다.

다양한 버전으로 곡수를 얼추 채우고 있지만 기실 신곡은 2DT 달랑 한 곡뿐인 새 음반을 선뜻 구매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과거에 텔미, 소핫, 노바디가 전국을 휩쓰는 상황에서도 원더걸스의 음반은 인기만큼 팔리지는 않았지만 겨우 신곡 하나를 추가한 음반은 오래 기다린 국내 팬들에 대한 진지한 보답으로 보기 어렵다.

천하의 이효리도 정규음반이 겨우 1만장 넘겨 팔았을 뿐인 국내시장의 극도의 침체도 문제지만 미국에서 싱글음반 판매를 언플의 핵심으로 삼았던 것을 생각한다면 국내시장에 대한 JYPe의 태도에 대해서 의심을 갖게도 한다. 그렇다 해도 애정만 있다면 음반 한 장 사는 것은 팬의 기본 행동강령에 속한다는 점에서 팬덤의 화력에 아쉬움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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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JYPe하면 거의 동급으로 연상되는 무리한 언플의 부작용도 적지 않다. 2DT의 음악적 장점을 홍보하기 전에 '전세계 동시 공개'라는 점을 중점 홍보했는데, 공개와 동시에 국내에서 활동을 개시한다는 점에서 전세계라는 단어와 잘 섞이지 않는다. 이미 노바디 미국 차트에 대한 누리꾼들의 집요한 추적으로 인해 언플의 부작용을 겪었음에도 지나친 부풀리기는 원더걸스에게 오히려 역효과를 보고 있다.

올해 들어 악재만 겹치는 박진영의 조바심이 빚어낸 강박이 원더걸스의 귀환을 스스로 깍아내린 듯 하다. 이대로 변화 없이 진행된다면 충성심이 극강한 팬덤의 여전한 지지를 받고 있는 슈퍼주니어와 정확히 겹치는 국내 활동 기간 동안 원더걸스가 한번이라도 1위 트로피를 손에 쥐고 레드카펫 위를 활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원더걸스의 귀환을 가로막는 요인은 슈퍼주니어 말고도 더 있다.

비의 활동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숨도 안쉬고 컴백한 엠블렉의 신곡이 만만치 않은 기세로 5월 후반부 아이돌 경쟁에 뛰어들었다. 비록 데뷔 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엠블렉이어서 과거의 명성만 생각한다면 원더걸스와 동급으로 취급하는 것은 절대 무리하겠지만 상황이 그만큼 달라졌다. 그리고 19일 공개될 포미닛의 파워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한마디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경쟁자들이 강하다기보다는 원더걸스가 그만큼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더걸스 팬들은 다 어디 있는가.

원더걸스의 신곡 2DT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를 그다지 찾아보기 어렵지만 그만하면 노바디급은 아니어도 오랜 갈증을 풀어줄 정도는 된다고 보고 싶다. 선미를 대신한 혜림이 전체 멤버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튄다는 느낌은 다소 아쉽기는 하다. 보컬을 다루는 예은의 한층 성숙해진 솜씨는 흐믓하다. 어쨌거나 대중의 호감은 여전한 만큼 원더걸스에게 한국이 그녀들의 고향이라고 확인해줄 팬덤의 분발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