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5

  • Interview 5

  • 인터뷰어 : 저번 시간에는 의식과 무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이번 시간에도 이 주제를 이어서 이야기를 계속해보겠습니다. 우선 지난번 인터뷰에 대한 피드백이 들어왔는데요. 지나가다님이 "엔지니어께서 '무의식의 협조 없이 나는 변하지 않아요'라고 하셨는데 나를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물어오셨습니다. 저도 궁금하네요. 자기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Interviewer: We had a discussion about conscious and unconscious levels in our last session. Let's build on this same subject, and continue on our discussion. First, we received a feedback on our last interview. ID: Passerby asked, "Mr. Engineer, you said that you won't change without an 'unconscious cooperation'. What should I do to change myself?". I'm curious, too. What is required on my part for a change?
  • note icon
    노트
  • 엔지니어 : 캐시라는게 있습니다. 들어보셨나요?
  • Engineer: Have you heard about cache?
  • 인터뷰어 : 돈이요?
  • Interviewer: You mean, money?
  • 엔지니어 : ㅎㅎ 그건 cash고요. cache요.
  • Engineer: haha. That's CASH. I'm talking about "cache".
  • 인터뷰어 : 잘 모르겠습니다.
  • Interviewer: Not quite.
  • 엔지니어 : 캐시는 소프트웨어 바닥에서 사용하는 말인데요. 컴퓨터는 두 개의 작업을 하는 기계입니다. 계산과 저장이 그것인데요. 계산이 복잡한 경우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시스템에 부담도 많이 줍니다. 쉽게 말해서 비싸다는 거죠. 그래서 캐시라는 걸 고안했는데요. 연산 결과를 저장했다가 다음부터는 저장된 결과를 출력합니다. 이렇게 하면 빠르게 결과를 가져올 수 있죠. 즉 계산을 저장으로 대체하는 것이 캐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머, 어렵죠? ㅎ
  • Engineer: The word "cache" is a buzz word in software industry. Computer has two part mechanical functions, processing and storage. If the process is sophisticated, it takes longer time to get done, and system gets overloaded. Easily put, it becomes expensive. So they came up with a "cache". Cache stores the processed result, and pulls up the stored result next time. This way, the process becomes faster by using the result. Thus, the process is replaced by the stored result. You got it? haha
  • 인터뷰어 : 예 쫌.
  • Interviewer: a little.
  • 엔지니어 : 쉽게 말해서 수학시험을 볼 때 답안지를 외워서 들어가는 것과 같은 거죠.
  • Engineer: Let me make it easy for you. It's like memorizing answers before taking a math exam.
  • 인터뷰어 : 아하. 그런데 이런 걸 어떻게 아시나요?
  • Interviewer: I see. But, how did you find out?
  • 엔지니어 : 어떤거요?
  • Engineer: Which one?
  • 인터뷰어 : 인간의 기술이요. 엔지니어님은 테크놀로지에 대한 비유를 즐겨 사용하는데 그런 소스들이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 Interviewer: man and technology. Mr. Engineer, you like to use technology metaphors a lot in your conversations. What are the sources you get it from?
  • 엔지니어 : 생활코딩에 보면 나와요.
  • Engineer: It's all there in 'Everyday Coding'.
  • 인터뷰어 : 그게 먼가요?
  • Interviewer: What is that?
  • 엔지니어 : 머 그런 게 있습니다. 무튼, 인간의 존재방식을 지배하는 중요한 두 가지가 있는데 습관과 미의식이에요. 의식적으로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중으로 봤을 때는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거나, 사고하는 것의 비중이 압도적입니다.
  • Engineer: Well, it's sort of.. I don't know. Let me continue on the topic. There are two important factors that dominate the means of human existence. These are habits and consciousness. Acting and thinking on conscious level are important, but unconscious activities and thinking are overpowering.
  • 인터뷰어 : 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 Interviewer: Could you explain it in more details?
  • 엔지니어 : 예를 들어보죠. 김형은 출근 준비하는데 얼마나 걸리나요?
  • Engineer: Let me give you an example. Mr. Kim, how long does it take you to get ready for work?
  • 인터뷰어 : 세수하고, 면도하고, 머리 감고, 옷 갈아 입고... 1시간 정도 걸립니다.
  • Interviewer: I wash my face, shave, wash my hair, and change clothes.. I'd say approximately an hour?
  • 엔지니어 : 출근 준비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나요?
  • Engineer: What do you think about as you get ready?
  • 인터뷰어 : 오늘은 머 입을까?
  • Interviewer: What am I gonna wear?
  • 엔지니어 : 질문을 바꿀게요. 김형은 샴푸 할 때, 머리를 어떻게 감을까 생각하나요?
  • Engineer: Let me change the question. When you shampoo your hair, do you think about how you are going to wash your hair?
  • 인터뷰어 : 아뇨. 그냥 하죠.
  • Interviewer: No, I just do it.
  • 엔지니어 : 습관 덕분이죠. 습관이 없다면 출근 준비는 퇴근 시간 즈음에 끝날걸요?
  • Engineer: That's because it became your habit. If you haven't built habits, your preparation time would take whole office hours.
  • 습관이 전형적인 캐시 시스템인데요. 어떤 행동을 할 때 의식은 끊임없이 몸에게 명령을 보내요. 이때 막대한 양의 신호가 무의식을 통해서 육체로 전달되는데 무의식은 이 신호 안에서 모종의 패턴을 찾아요. 그걸 저장해요. 이런 걸 색인화(indexing)라고 합니다. 두꺼운 책들은 뒷면에 색인이 있어서 어떤 단어가 몇 페이지에 있는지를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하죠? 이것도 색인이죠. 아무튼, 동일 조건의 오더가 의식으로부터 내려오면 색인을 이용해서 패턴을 검색해요. 패턴이 검색되면 의식의 요청은 무시되고, 패턴에 따라서 정교하게 몸을 제어하죠. 제가 일전의 인터뷰에서 구글의 인덱싱에 대해서 흥미를 가졌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인덱싱 알고리즘이 뛰어날수록 더 많이 저장하고, 더 빨리 반응하거든요.
  • Habits are traditional cache system. When you're doing something, your consciousness incessantly sends signals to your body.
  • 머리감는 게 얼마나 복잡한 일인지 생각해보세요. 허리를 굽히고, 눈을 감은 채로 샴푸를 짜서 머리에 두릅니다. 한 손으로는 머리를 문지르고, 다른 손으로는 샤워기를 제어하죠. 한편으로는 온도는 적당한가? 얼마나 더 문지르면 되는가?를 측정합니다. 그 와중에도 '오늘은 머 입을까?'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은 무의식이 백그라운드에서 습관이라는 캐시를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 인터뷰어 : 그렇군요. 습관은 그렇다고 치고 미의식과 캐시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 엔지니어 : 습관이 행위에 대한 캐시라면, 미의식은 인식에 대한 캐시에요. 미의식이라는 메커니즘의 자본주의적인 발현이 '브랜드'인데요. 예를 들어 여기 기가 막히게 잘만든 제품이 있다고 칩시다. 이 제품은 가치를 주죠. 가치에 대한 인상이 서서히 축적돼요. 나중엔 이 제품의 모양이나 로고만 봐도 어떤 느낌이 생겨나는데 바로 그것이 미의식입니다.
  • 이를테면 구글의 디자인이 얼마나 어글리한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오타쿠들은 자기들이 신봉하는 엔지니어링적인 가치를 병적으로 관철시켰죠. 단순함, 명확함, 빠름 같은 것들 말이에요. 요즘은 구글이 아름답게 느껴지더군요.
  • 인터뷰어 : 저는 여전히 어글리해 보이던데요? ㅎㅎ
  • 엔지니어 : 아님 말고요. 인간은 외부로부터 시시각각 자극을 받아들이잖아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가치 판단을 해야 합니다. 이 판단을 캐시한 것이 미의식이고, 좋다, 나쁘다를 사고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다, 추하다와 같은 인상으로 느끼는 것이죠. 결국 이런 미의식이 사고의 가장 밑단을 차지하고 있다가 가치판단이 필요할 때 전제로 사용됩니다. 그런 점에서 논리란 참 허망한 거에요. 믿고 싶은데로 믿으니까요. 아무튼 미의식이 없다면 모든 대상에 대해서 가치판단을 해야겠죠. 그렇게는 힘들어서 못 살아요.
  • 인터뷰어 : 그렇다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사람이 바뀌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 엔지니어 : 다시 기술적인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네요. 캐시로 돌아가보죠. 캐쉬는 뛰어난 메커니즘입니다. 문제는 캐시을 갱신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건데요. 이건 인간들이 만든 캐시에서도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에요. 예를들어 웹브라우저에서도 캐쉬가 사용됩니다. 이건 계산에 대한 캐시가 아니라 다운로드에 대한 것이지만 캐시의 갱신이 어려운 이유는 동일하기 때문에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웹브라우저가 어떤 사이트에 접속하면 그 웹페이지에 포함된 이미지와 같은 파일들을 다운로드 합니다. 일단 한번 다운로드된 파일들은 사용자의 하드 디스크에 저장되었다가 다음번 방문 때는 다운로드 하지 않고 그 파일을 읽어오죠. 그럼 훨씬 더 빠르게 화면을 표시할 수 있어요. 문제는 그 이미지 파일이 서버에서 변경되어도 브라우저가 알아차리기가 어렵다는 거죠. 다시 말해서, 이미지는 변경됐는데 자기 컴퓨터에서 읽어오니까 예전 이미지가 계속 나오는 거죠. 인간도 마찬가지였죠. 한번 생성된 행동과 인식을 갱신하는 게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 특히나 캐시는 무의식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의식에게 이것을 갱신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것도 애매한 문제였죠. 의식의 입장에서 무의식이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거든요. 여러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캐시를 한번에 날려버리고 새로 쓰는 방법은 제공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 인터뷰어 : 말씀을 가만히 듣고 보니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같네요.
  • 엔지니어 :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죠. 캐시의 저항을 넘어서는 반복적인 자극이 있다면 가능한 일이죠. 그런데 이 반복적인 자극이라는 것이 의지만으로는 지속이 어렵다고 봅니다. 의지는 결국에 습관에게 지거든요.
  • 김형 손톱을 보니까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군요.
  • 인터뷰어 : 예, 벌서 20년 됐어요.
  • 엔지니어 : 의지와 습관의 관계를 생각해 보자고요. 손이 입으로 가면 의식적으로 그 행위를 저지할 수 있겠죠. 그런데 결국엔 손톱이 엉망이 되어 있죠? 왜 그럴까요? 인간의 의식은 한번에 하나의 일 밖에는 못합니다. 24시간 365일 손에 대해서만 의식하고 있다면 캐시를 갱신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렇게 했다가는 부도나죠. 그래서 환경이 중요한 겁니다. 이건 엔지니어링적인 이야기는 아니고, 운영의 묘 정도로 받아들이면 되겠습니다. 만약 김형의 손이 입으로 움직일 때마다 자극을 줘서 그 사실을 환기시키는 장치가 있다면 어떨까요? 제 말은 의지로 습관을 제압하려고 하지 말고, 환경을 설계해서 캐시의 갱신을 유도하라는 겁니다.
  • 인터뷰어 : 음. 습관은 의지를 지배하고, 의지는 환경을 지배하고, 환경은 다시 습관을 지배한다는 말씀이군요. 에코 시스템 같군요.
  • 엔지니어 : 근데 그게 쉽겠어요? 쌀로 밥짓는 이야기죠.
  • 인터뷰어 : 뭔가 획기적인 걸 기대했는데 그런건 없군요. 시간이 많이 됐는데요.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시고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 엔지니어 : 지금까지 말한 이유로 사람은 잘 변하지 않아요. 그렇게 본다면 타인에 대해서 간섭하는 건 별 소용이 없죠.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현명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기왕에 형성된 캐시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심화시키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차피 이 세상 모든 변화들이 트레이드 오프 아니겠습니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죠. 안되는 걸로 몸부림칠 시간에 자기다운 것을 찾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0 Comments